연못은 보통 습지에 조성되는데, 물의 순리를 이용해 썩지 않도록 순환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곳 부지는 물이 솟는 곳이 없으므로 자연적인 연못을 조성하긴 어렵다. 따라서 본관을 바라보아 오른쪽 계곡에 연못을 두면 계곡 물에 의해 어느 정도 물이 순환될 것이다. 물론 그 곁으로 진입로가 있으니 부지 내로 들어오면서 연못과 어울린 초목의 싱그런 느낌을 기분좋게 받을 것이다.

  그런데 전통 정원의 연못은 이상하게도 네모진 방형의 형태가 많고, 안 쪽에 둥근 섬을 조성한 것이 흔하다. 이를 두고 일부 사람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天圓地方)'라는 음양오행사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다. 땅과 하늘의 관계가 아니라 연못과 도랑물을 산으로 보는 풍수사상이 적용되었다.

  풍수는 평야에서 산이 없으면 물로 산봉우리를 논하니, 연못은 곧 같은 형태의 산봉우리가 되고, 작은 개울은 뾰족한 산이다. 뾰족한 산은 문필봉(文筆峯)이라 하며 문인이 나고 장원으로 급제하여 정승에 오르는 吉山이다.

  그런데 정원 내에 뾰족한 산이 있기 어려우니 계곡 물을 연못으로 끌어들이는 수법으로 문필봉을 자연스럽게 얻고자 한 것이다. 경회루의 연못이 방지(方池)인 것은 뒷산인 북한산이 火山인 관계로 서로 상생의 관계를 이루도록 연못을 土山으로 만들어 순응시킨 것이다. 즉 火生土이고, 한국 대부분의 鎭山이 화산인 관계로 그에 따라 방지가 많다.

  둥근 섬은 金山이니 주산과 연못과 섬을 모두 산으로 보아 화→토→금의 순환 원리를 전통 조영에 적용시켰고, 네모 섬이라면 그 역시 토산이니 큰 토산 속에 작은 토산이 안긴 셈이다. 만약 일본 정원처럼 곡선형의 연못인 水山을 설치한다면 주산인 화산과 상극의 관계에 놓여 매우 흉하다.

  따라서 일본이나 중국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직선형 방지가 유독 한국 정원에만 많은 이유는 풍수가 전통 정원의 조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대변하며 그것이 한국 특유의 우수한 조형성의 표출이다.

  따라서 이곳은 수국이니 둥굴되 물결 모양의 넓은 연못을 조성하고 그 안에는 금성인 둥근 섬을 마련하면 金生水이니 생명의 기운이 복돋아진다. 또한 건물의 외장 벽도 국의 색깔을 좇아 상생의 색깔이어야 좋다.

  화국에선 빨간 색이나 노란 색이 어울리고, 수국에서는 청색이나 백색이 어울린다. 따라서 이곳 건물의 외관 벽은 흰색을 위주로 하고, 지붕은 군청색을 주로 한다면 주변 환경과 상생을 이룬 조경 설계가 될 것이다.

  [ 사진 : 좌 - 고택에 조성된 연못, 우(윗그림) - 아파트에 조성된 연못, 우(아래그림) - 빌딩 숲에 조성된 연못 ("환경과 조경"에서 이미지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