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풍수서는 대부분 중국책의 필사본이 아니면, 풍수사의 비망록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중국 풍수서로부터 자신의 시술(施術)에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모은 것으로, 자기의 주장이나 학설을 논한 것은 전무한 편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실제로 산천을 돌아보고 각지의 풍수적 길흉을 기술한 귀중한 책이 있다.
『道詵秘記(도선비기)』는 조선 중엽 이후에 쓰여진 가사체의 문장으로, 신라 말기의 도선국사가 직접 지은 것은 아닌 듯 싶다. 도선(827∼898)은 전남 영암에서 출생하여 15세에 출가하여 옥룡사에 기거하며 많은 후학을 지도한 고승이다.
일찍이 고려 태조의 아버지가 송악산의 남쪽에 집을 지으려고 할 때, '36구(區)의 집을 지으면 다음 해에 성자가 태어날 것이다.'라고하여 왕건의 탄생을 예언하였다. 또 일행 선사에게서 풍수설을 배워 한국에 풍수 사상을 보급했다고 전해지나, 일행은 당 초기의 인물이고, 도선은 당 말기의 사람이라 맞지가 않는다. 따라서 도선비기는 도선국사의 저작은 아닌 것을 사료된다. 하지만 충분한 풍수적 식견을 가지고 호남 지방의 길지를 상세하게 설명하여 한국 풍수의 고전에 속한다.
다음으로 주목할 책이 『巽坎妙訣(손감묘결)』이다. 일명 『설심경(雪心經)』으로 부르며 작자는 알 수 없다. 손(巽)은 바람이고 감(坎)은 물이니 즉 『風水妙訣』인데, 주로 경기도 일원의 2백여 곳에 이르는 길지의 그림을 소개하였다. 길지마다 위치와 유형, 장래의 발복 내용을 덧붙인 내용으로 미루어 작가는 풍수적 식견이 명확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또『擇里志(택리지)』는 이중환(1690∼?)의 저서이다. 이중환은 30년 간이나 전국을 방랑하면서 지리와 사회·경제를 연구하여 실학 사상에 빛나는 업적을 남기었다.
그 외에 『朝鮮의 風水(조선의 풍수)』는 조선총독부에 의해 간행된 책으로(1931) 무랴아먀 지준(村山智順)이 집대성하였다. 풍수의 목적과 본질, 그리고 음양오행설에 대한 응용을 논하고, 풍수학의 여러 법술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또 조선의 장묘제도와 묘제의 변천을 시대별로 정리하고, 지방마다 전해지는 묘지 풍수에 얽힌 이야기와 사건을 다룬 책이다. 비록 조선침략의 목적으로 집대성된 책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1900초 조선의 장묘와 풍수에 대해서 자세히 엿볼 수 있다.
<사진 : 조선 세조2년(1456년) 전남 영암군청에 보존되고 있는 도선국사 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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