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부지 입지에 대한 풍수적 고찰


  1. 영주의 山川과 人心  

    영주 땅은 예로부터 산천이 밝고 빼어나며, 터의 기운도 상쾌한 고장이라 하였다. 또 풍속이 검소하고 사람의 마음이 순박하며 누에고치 뿐만 아니라 농가 소득을 위해 잎담배도 많이 재배한다. 특히 이곳에는 ‘직천금’이라 불리는 粧刀가 유명하다. 칼등에 ‘直千金’이란 글자를 새겨넣어 붙여진 이름이다.
    또 영주는 강바람이 맑아 번잡한 마음을 씻기가 제격이라 문인들이 여럿 배출되고, 가학루, 구학정, 영훈정, 제민루같은 풍류 공간도 즐비하다. 외부에서 부임하는 관원까지도 君子가 많았다고 전한다. 이러한 풍류객에게 있어 담배는 빼놓을 수 없는 기호품이다. 속설에 ‘술이 없으면 말이 나오지 않고, 담배가 없으면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여자가 없으면 용기가 나지 않는다’라고 한 것은 여기서 비롯된 말이다. 따라서 영주는 비록 내륙에 위치한 도시지만 들판이 넓고 먹을 것이 풍부하며, 교통까지 편리하여 살기 좋은 고장이라 할 만하다.
    영주 지역을 풍수적으로 살펴보자. 백두산에서 뻗어 내려 한반도의 중심 뼈대가 된 장엄한 白頭大幹은 태백산에 이르러 내륙 안쪽으로 치고 들어왔으며, 소백산을 거쳐 죽령에 이르렀다. 죽령은 풍수학적으로 過峽에 해당하는데, 이것은 고무 호스를 누르면 물이 세차게 뿜어 나오듯이 백두대간을 흐르던 지기가 힘차게 분출하는 곳이다. 죽령을 지난 대간은 도솔봉(1314m)에 이르러 한 기맥을 南東進시켰고, 영주 땅으로 들어온 용맥은  용암산(龍巖山, 637m)으로 높이 솟아났다. 용암산은 용처럼 생긴 바위와 옛 성이 남아 있어 붙여진 이름이고, 지맥은 이곳에서 南進하는 것과 東進하는 것으로 나뉘어진다.
    그 중, 동진한 용맥은 안정면에서 한 고개를 넘어 200여m의 낮은 구릉을 이루며 계속 남진해 적서동 뒤쪽에서 蓮花山(266m)으로 재차 머리를 들었다. 연화산은 산의 모양이 연꽃과도 같아 생긴 이름이며, 북동-남서 방으로 길게 뻗은 구릉성 산지이다. 이 산에는 응석사가 있다.


  2. 부지 내의 산세

    신제조창이 위치한 부지는 연화산에서 동진한 지맥이 연동 마을의 뒤쪽을 지나며 용머리를 북쪽으로 뻗다가, 영주 시를 좌측으로 비켜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西川을 만나 생기를 응집한 곳이다. 따라서 이 부지의 태조산은 백두산이거나 태백산이고, 중조산은 도솔산이고, 소조산은 영암산이고, 부지를 직접 낳은 부모인 주산은 연화산이다.
    이곳의 산천 지세는 안동의 하회 마을과 매우 비슷하며 풍수적으로 감결하면 길한 터이다. 낙동강의 상류인 서천은 본래 남산 평야의 한복판을 관통하여 여름에는 수해가 심했다. 그래서 1961년 가흥동의 서쪽 산허리를 끊어 남산들로 흐르던 물길을 서쪽 변두리로 흐르게 하고, 홍수를 막기 위해서 지금의 영주 대교 근처에 남산 제방을 쌓았다.
    서천은 寒亭橋를 지나며 흐름이 약해지다가 철교 아래에 이르면 흐름이 활처럼 휘이고, 赤西橋를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영주 시의 좌측에서 흘러온 元塘川과 합수하여 적서동을 둥글게 감싸 흐르고, 赤東里에서 꼬리를 감추며 빠져나간다. 물이 혈 앞쪽으로 허리에 玉帶(벨트)를 찬 듯이 둥글게 감싸며 흘러가면 풍수적으로 金星水라 부르며, 부귀가 함께 하고 자손들은 모두가 충효현랑하다고 한다. 의로운 인물이나 好男兒가 태어난다고 한다. 또 혈을 향해 비스듬히 쏘아 오는 원당천은 일명 明堂水(逆水)라 하여, 물을 재물로 볼 때에 한 자만 있어도 부자가 된다고 할만큼 귀하다.
    풍수학은 地氣는 모두 祖山에서 나온다고 한다. 조산이 있는 것은 나무에 뿌리가 있는 것과 같고, 물의 근원이 있는 것과 같으며, 뿌리가 깊으면 잎이 무성하고, 물의 근원이 멀면 흐름도 길다. 태조산은 혈과 멀리 떨어져 홀로 우뚝 선 산으로, 하늘 높이 鳳처럼 솟아 지붕을 덮은 채 항상 구름에 가려 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면 언제나 殺氣를 품은 험상궂은 모습을 한 신비스런 산이다.
    중조산은 태조산을 떠나 사방으로 뻗어 나간 용맥이 태조산 다음으로 웅장함을 갖춘 산으로, 보통은 각 正脈 내에서 가장 높고 수려한 산을 가리킨다. 정맥은 대간에서 가지쳐 나온 산줄기로 큰 강의 유역 능선, 즉 큰 강이 발원하는 곳이다.
    풍수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小祖山으로 보통은 主山과 같이 쓰인다. 소조산은 혈을 맺은 내룡이 직접 출맥한 산이며, 모양은 尖圓方正하고 청룡․백호가 겹겹으로 감싸안은 것을 제일로 친다. 이것은 30대 위 조상보다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냐가 나(혈)에게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즉, 태조산이나 중조산이 아무리 출중해도 소조산이 핍박하고 생기롭지 못하면 그곳에서 뻗어 내린 용맥에는 좋은 혈이 맺지 못한다.
    주산인 연화산은 그 모양이 우뚝 솟아서 곧은 느낌을 주는 木山으로, 풍수학에서 주산이 목산이면 귀인을 배출되고 관운이 높다고 말한다. 연화산에서 곧장 북진한 한 가닥 백호는 200여m 의 고른 고도를 이루며 성짐이 마을을 비껴 뻗더니, 서천을 만나며 여정을 마친다. 그리고 연화산에서 동진한 청룡 자락은 북진과 동진을 거듭하다가 신제조창 부지의 주산을 이루더니, 밤갓 마을을 감싸 안은 채 서천을 만나 전진을 멈추었다.
    부지는 또한 장풍이 양호한 장소라 생기가 왕성하다. 穴場의 왼쪽과 오른쪽을  완만하게 흘러 뻗어 혈을 유정하게 감싸는 山이 있는데, 왼쪽이 靑龍이요, 오른쪽이 白虎이다. 바람을 막기 위해 필요하니, 2～3겹으로 거듭 감싸주면 좋고, 만약 穴에서 바라보아 청룡과 백호 너머로 들판이나 강물이 보이면 越水라 하며 장풍이 되지 않은 곳이다. 이곳은 다행히 월수가 없다. 또 청룡의 끝이 높이 솟구쳐서 호위병이 주인을 째려보는 형세이면, 이것은 혈을 기만하는 용이라 하여 흉하다. 백호는 머리를 숙이고 다소곳이 엎드려 있는 형상이 좋으며, 머리를 들고 있으면 흉하다. 하지만 이곳의 청룡과 백호는 모두 끝머리를 조아리는 형세가 되어 흉함이 없다.
    案山은 혈 앞에 낮게 엎드려 있는 산으로, 책상과 같은 역할을 한다. 높으면 눈썹이요, 낮으면 심장의 위치로 가지런해야 좋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형상에 관계없이 단정하고 수려하면 길격이다. 이곳의 안산은 당국의 물이 혈을 環抱하여 흐르도록 유도하니, 귀함이 속히 오고, 재물도 풍족할 것이다.
    또 朝山은 안산의 뒤쪽에 있는 산으로 혈에 대하여 주인과 손님,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처럼 공손히 절하는 형상이 좋다. 만약 조산이 없고 안산만 있다면 주인 혹은 임금으로써 품위를 잃는 격이다. 이곳의 조산은 단정하고 수려하면서도 다정하다. 풍수학에서 조산이 너무 높으면 혈의 기운을 압도하여 흉하다고 하였는데, 이곳 조산은 높이도 주산의 기세를 누르지 않으며 혈에서 보아 심장의 위치가 되어 길하다.



Ⅱ.부지활용에 대한 풍수적 고찰


  1. 부지의 땅가름
  
이곳 부지는 水局과 金局에 해당되며, 그 중에서 수국의 乙․辰破에 해당되는 부지는 生氣가 매우 뛰어난 吉地이다.  서양 지리학은 땅을 소유와 이용의 대상으로만 파악하여 무자비하게 파괴하거나 이용가치가 없으면 가차없이 버린다. 하지만 풍수학은 땅을 만물을 탄생시켜 길러 내는 어머니와 같은 생명체로 보고, 사람과 같이 생로병사의 순환을 반복한다고 본다.  그런데 자연 혹은 땅을 생명체로 보려면 여기서 두 가지의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생명체로써 크기가 결정되어야 하고, 둘째는 개체마다 개성이 뚜렷해야 한다. 또 생명체라면 생로병사의 순환을 반복하니, 비록 땅이라도 나고 죽는 과정상에서 그 기운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운이 좋은 것은 만물을 탄생시켜 길러 내는 생명력이 왕성한 것이고, 기운이 쇠약하면 생명력은 떨어진다.
    즉, 자연을 전체가 하나의 동일 생명체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자연 생명체가 모여 이루어진 복합 생명체로 간주한다. 즉, 자연은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모인 복합 생명체인데, 그 개개의 생명 단위를 구분 지어 그 각각의 땅의 기운이 좋고 나쁨을 가려낸다. 자연을 생명체로 볼 때에 단일 생명체의 단위를 풍수학은 局이라 부른다. 그런데 동양 사상은 음양오행론이 바탕이니 局도 5개로 분류되는데, 土만은 개성이 없으니 水局, 木局, 火局, 金局 등 4局으로 분류한다. 즉, 무수히 많은 자연 생명체를 4가지로 분류해 그 개성과 풍수적 특징을 살피는데, 局은 혈에서 보아 陽氣(바람과 물)가 최종적으로 빠지는 방향[파(破)]으로 정해진다.
    패철(24방위로 구성되어 있음)로 보아 파가 남서방인 정미(丁未)․곤신(坤申)․경유(庚酉)에 해당되면 木局이고, 서북방인 신술(辛戌)․건해(乾亥)․임자(壬子)에 해당되면 火局이고, 북동방인 계축(癸丑)․간인(艮寅)․갑묘(甲卯)에 해당되면 金局이고, 동남방인 을진(乙辰)․손사(巽巳)․병오(丙午)에 해당되면 水局이다.
    부지를 국으로 분류하는 땅가름을 한다면 이제 부지는 무생물적인 땅이 아니다. 만물을 탄생시켜 길러 내는 생명력을 가진 생명체로 본 것이다. 또 풍수학에선 땅의 생명력이 좋고 혹은 나쁜가와 또는 땅 위로 흘러 다니는 양기가 생물에 좋은 혹은 나쁜 영향을 미치는가는 모두 破에 달려 있다. 그런데 파는 패철로 볼 때, 국에 따라 墓破, 絶破, 胎破가 모두 30도 각도로 균등히 배분되어 있다. 하지만 자연 현장에선 묘파가 약 10%, 절파가 약 20%, 태파가 약 70%로 나뉘어져 있고, 묘파는 절파에 비하여 음, 양기가 좋고, 절파는 태파에 비해 음, 양기가 월등히 좋아 풍수학에서는 소위 파가 묘파 혹은 절파인 경우에 한하여 길지라 한다.
    신제조창의 부지를 땅가름하면, 크게 수국과 금국으로 구분된다. 부지의 높고 낮음에 따라 파의 기준점이 달라지니, 아래쪽 부지와 위쪽의 부지를 구분하여 땅가름할 수 있다. 먼저, 수국 내의 부지는 대개가 묘파인 乙破에 해당되고 오른쪽 하단 부분이 辰破에 해당되니 모두 대단히 좋은 양기를 가졌다. 하지만 위쪽의 부지는 전체가 협소한 관계로 을파에 해당되는 지역이 적어 땅가름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금국 내의 부지는 대개가 태파에 해당되니, 풍수적으로 태파에 해당되면 생기가 응집되기 어렵고, 특히 甲破는 그런대로 쓸 수 있는 땅이나, 卯破는 흉지이다. 그리고 寅破에 해당되는 지역은 금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생기가 많이 응집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부지의 핵심은 수국 내의 乙破에 해당되는 곳에서 잡는다.  (그림 2 참조)


  2. 부지의 핵심설정

    이곳 부지의 핵심은 수국 내에서 땅의 기운이 가장 생기로운 3번 지역이며, 이곳에 本館이 들어서야 한다.   이곳의 부지는 크게 세 개의 용맥이 마련한 지맥 위에 자리했는데, 바라보아 왼쪽 용맥이 26%, 중앙 용맥은 44%, 오른쪽 용맥이 30%를 차지하여 중심 뼈대는 중앙 용맥이 마련한 지맥에 위치한다. 그 결과 핵심은 중앙 용맥이 마련한 부지에서 찾되, 중앙 용맥을 출맥시킨 산을 또한 主山으로 삼는다. 주산은 청룡․백호에 대하여 주인이 되고, 손님인 조산에 대해 주인이니, 천 리를 달려온 용맥의 기가 일단 머물렀다가 入首를 거쳐 혈에 생기를 주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조산과 더불어 생기의 순화까지 꾀한다. 그런데 현재 주산에 해당하는 산등성에는 나무가 베어지고 곳곳이 파헤쳐져 있다. 주산이 붕괴되거나 험악하면 殺氣를 품은 것이고, 혈장의 뒤쪽이 낮아 바람이 불어오면 가난해지고 또 일찍 죽어 자손이 적다고 하였다.
    또 생기는 흙을 따라 흐르고 흙 속에 머무니, 흙이 없는 암석은 생기를 품지 못한 용맥이다. 따라서 파헤쳐진 주산에 시급히 나무를 심어서 흙을 보호해야 한다. 또 주산의 지기를 혈로 전달하는 입수가 파헤쳐지면 그곳에 사는 사람의 건강이 나빠져 단명한다고 했으니, 입수 부분도 흙을 북돋아 기운을 강화시켜야 한다. 한국 정원의 특징 중에 주목할 만한 것이 후원(後園)인데, 이것은 입수의 기맥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그리고 혈장은 주산에서 가까우면 길하다 했으니, 결국 부지의 핵심은 수구 내에서 아래쪽보다는 위쪽이 양호하다.
    또 局 내에서 음양이 조화로워 산수의 정기가 응집된 곳이 혈이다.  혈은 자연 형세를 하나의 우주로 본 局 내에서 가장 핵심적인 중심점으로, 지세[陰氣]와 그 터 내의 초목과 사람의 생육을 주관하는 바람과 물[陽氣]이 조화를 이룬, 생기가 왕성한 곳을 ‘중심’으로 삼아야 풍수적이다. 그곳을 사람에 비유하면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풍수적 혈(穴)에 전통 조경의 핵심이 되는 조경물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 경복궁에선 근정전, 관아에선 동헌, 전통 가옥에선 안방, 절에선 대웅전이 그것들이다. 만약 혈에 연못이나, 造山, 길, 담장, 장독대, 花階, 심지어 석조나 괴석이 놓인다면 이는 전통 조경의 기본조차도 모르는 행위이다. 현대적 조경이라면 공원과 실내 조경에서는 휴게 시설이 들어서고, 미술관은 전시실, 사옥 조경은 본관 건물이, 골프장은 클럽 하우스가 들어섬이 마땅하다. 따라서 이곳 부지의 핵심에는 직원이 근무하는 사무동, 즉 본관이 자리해야 한다.


3. 건축물의 위치와 형태

  1)본관 건물

    본관은 ‘┘’형으로 설계하되 중심 좌향은 북방이 길향이고, 지붕은 ‘△’의 형태가 좋다.   본관은 사람이 업무를 수행하는 공간으로 심리적 안정감이 들어야하고, 근무 환경도 양호해야 한다. 먼저, 심리적 안정감을 얻으려면 땅의 기운이 좋아야 하는데, 흙의 상태는 비석 비토(非石非土)라 하여 견밀하면서도 고운 입자로 이루어진 것을 최고 명당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혈은 결국 땅 속이 견밀하면서도 고운 흙으로 이루어진 곳을 말한다. 그런데 땅 속이 수맥이 흐르거나 습한 곳이라면 그곳은 흉지이다. 수맥파는 수맥이 흙 또는 암반에 부딪칠 때 발생하는 일종의 에너지 파장으로 고층 아파트, 비행기, 동식물 등 지구상 모든 물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수맥파는 미세한 전기 기장을 보유한 사람의 몸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한 아파트의 특정 라인에 사는 입주자들만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암환자가 많아서 조사를 해 보았더니 문제의 라인 아래로 큰 수맥이 감지되었다고 한다. 주로 피로감과 만성두통, 집중력 저하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수맥파를 차단하고는 증상이 완화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만약 그런 곳에 건물이 들어서면 벽에 금이 가고 한쪽으로 기울어져 결국은 재공사를 해야한다. 그럼으로 수맥을 피한 부지라야 그곳에 사는 사람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局 내에서 땅(음기)의 기운은 송나라 사람인 호순신(胡舜申)의 이론에 따라 측정한다. 그는 땅의 기운을 12단계로 구분했는데, 바위가 흙으로 변하고, 흙이 다시 바위로 변하듯이 지질도 순환한다고 보았다. 사람의 기운 정도를 이야기할 때 유아기, 청소년기, 장년기, 노년기로 구분 짖듯이 땅의 기운도 절(絶)→태(胎)→양(養)→장생(長生)→목욕(沐浴)→관대(冠帶)→임관(臨官)→제왕(帝旺)→쇠(衰)→병(病)→사(死)→묘(墓)로 지질적 특성을 구분 지어 순환한다고 보았다.
    여기서 절과 태는 생기를 품을 수 없는 단단한 바위로 이뤄진 곳이고, 양과 임관은 생기를 품기는 하나 흙의 입자가 단단하고도 까끌까끌하며, 장생․관대․제왕은 견밀하면서도 만져 비비면 밀가루처럼 고운 입자로 부스러져 생기가 매우 충만한 땅이다. 그 이외에 쇠․병․사․묘에 해당하는 땅은 생기를 품지 못할 만큼 단단하거나 바위로 이루어진 흉지고, 목욕에 해당되면 수맥이 흐르는 흉지이다. 본관이 들어설 부지의 땅 기운은 수국 내에서 곤신방에서 뻗어왔음으로, 수맥이 흐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왕룡에 해당되는 생기 충만한 길지이다. 소위 풍수적으로 명당인 셈이다.
    건축물이 갖추어야 할 세가지 조건으로 채광, 통풍, 배수가 있는데, 풍수학은 그 중에서 통풍에 역점을 두고 이것을 좌향론이라 부른다. 땅 위에 존재하며 만물의 성장과 결실을 주관하는 생기인 양기는 빛, 공기, 온도가 중요 요소이다. 이들 중에서 생물의 성장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공기이다. 바람이 한 방향에서 계속 불어온다면 바람으로 인해 흙과 초목의 수분이 증발해 말라죽으며, 사람 역시 공기 중에 포함된 다량의 산소로 인해 각종 風病을 앓게 된다. 따라서 생물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에 적당하고도 알맞은 量의 양기를 취할 수 있는 선택된 방위가 풍수적 좌향이다.
    파의 방위와 양기의 흐름에 따라 좌향은 88향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좌향은 임의로 정하지 않으며, 양기 흐름 중에서 가장 최선의 것을 얻는다 하여 立向論이라 불린다. 여기서 양기의 흐름이 오른쪽에서 시작하여 왼쪽으로 흘러가면 우선수(右旋水)라하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가면 좌선수(左旋水)라 부른다. 풍수 경전에 따르면, ‘내룡의 지기가 쇠약할지라도 향을 옳게 잡으면, 비록 대부대귀하지는 못하지만 후손이 끊어지는 일은 없다. 이것은 용의 흉함을 향의 길함이 능히 구제하기 때문이다’라고하여 좌향을 중요시 했으며, 길한 좌향을 선택하다 보니, 북향도 마다하지 않았다.
    본관 부지에서 자연 흐름을 살펴보면, 서천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가 좌선수이고, 이때 파는 을파에 내룡은 곤신 제왕룡이다. 이 경우라면 좌향은 수국의 정왕향(正旺向)인 병좌임향(丙坐向) 즉, 北向을 놓거나, 자왕향(自旺向)인 경좌갑향(庚坐甲向)을 놓아야 한다. 하지만 坤申龍에 甲卯向은 용상팔살(龍上八殺)에 해당되어 놓을 수가 없다. 용상팔살이란 용맥이 뻗어 온 방위에 따라 묘나 주택의 향을 놓지 못하는 방위를 말하며, 만약 그 향을 놓으면 묘든 주택이든 한 집도 남김없이 재앙을 받는다고 하여 패철 1층에 방위가 표시되어 있다.
    따라서 본관을 ‘┘’형태로 앉힐 경우, ‘│’의 좌향은 북향인 임향으로 놓고, 주로 경영진이 근무하는 집무실을 둔다. 여기서 북향은 비록 채광에서는 문제가 있지만, 풍수 경전에 ‘좌선수가 을진방으로 빠지니, 三合連珠貴無價로 대부대귀하고 후손이 번창하며 모두 충효현랑하다. 자식마다 발복이 오래도록 이어진다.’라는 최고의 길향이다.
    북향을 놓으면 청룡이 안산의 역할을 담당하고, 그 너머로 영주의 鎭山인 철탄산(鐵呑山, 276m)이 바라보인다. 철탄산은 북쪽이 급경사이고, 남쪽은 시가지로 향하면서 경사가 완만한데, 산이 말이 달리는 모양과 같으니 쇠굴레를 씌워서 말을 세워 둔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본관 건물 ‘─’의 좌향은 부지의 모양대로 艮向을 놓는데, 東北方은 채광이 양호하니 일반 직원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사용한다.
    또 자연은 봄→여름→가을→겨울로 순환하듯이 풍수의 오행도 목→화→토→금→수로 순행하면서 만물의 생육을 주관한다. 이것은 나무로 불을 만들고, 불이 타면 흙(재)이 되고, 흙에서 쇠를 캐고, 쇠가 녹으면 물이 되는 이치로, 만약 수→화→금→목→토로 역행한다면 이는 상극(相剋)의 원리가 되어 모든 생명체는 멸망한다. 따라서 건축물의 지붕도 주위의 산 모양과 상생의 형태가 되어야 좋다. 뒷산이 火星인데 물결 같은 지붕이거나, 金星인데 뾰족한 지붕, 木星인데 둥근 지붕 등등은 상극의 관계로 지극히 흉하다. 이 부지를 에워싼 산들은 거의가 물결 모양인 水星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본관의 지붕은 木星인 ‘△’이나 金星인 ‘   ’의 모양이 되어야 ‘水生木, 金生水’라하여 상생의 조화를 이룬다. 만약 土星(□)이나 火星(   )의 형태라면 상극이라 흉하다. 따라서 지붕의 모양은 주변 산의 생기를 듬뿍 받을 수 있는 ‘△’의 형태가 좋을 것이다.


   2)제조창 건물

   제조창은 땅의 기운이 좋은 5번 지역을 중심으로 동북방을 향해 놓고, 지붕은 ‘   ’의 형태가 좋다.   제조 공장이 들어설 부지는 무엇보다 땅의 기운이 좋아야한다. 지층이 움직이는 곳이나 수맥이 흘러가는 곳은 수맥파로 인해 전자기계가 고장나거나 벽에 군열이 생겨 흉하다. 그런데 중앙으로 뻗어내린 용맥은 坤申 帝旺龍이 主脈이고, 庚酉 臨官龍과 辛戌 冠帶龍이 支脈으로 가지를 뻗어 수맥이 흐르는 땅이 아니다. 지질이 양호하다. 그리고 우측으로 뻗어내린 용맥도 주맥은 곤신 제왕룡이고 지맥이 丁未 衰龍으로 이 역시 좋은 기운을 가졌다. 따라서 현재 마련한 부지 위에 공장 건물을 세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지붕의 모양은 부지를 에워싼 산들이 물결 모양인 水星의 형태이니, 본관 지붕과는 약간 변화를 주어 金星(   )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면 ‘金生水’라 주변 산천과도 어울려 경관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부지의 모양대로 공장 건물을 건설하면 건물의 방향은 북동방인 艮寅向이 될 것이다. 이 향은 풍수적으로 흉하다. 하지만 이곳은 사람이 아닌 기계가 있는 곳이니 무방하다 할 것이다.


   3)진입로

     도로는 부지 내로 외부의 기운이 들어오는 통로이며, 용맥이 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辛戌 方을 택한다.  풍수학에서 도로는 水로 보는데, 수는 땅의 지형과 지질을 변화시키는 양기의 총칭이다. 따라서 도로를 통해 바람이 불어오니, 도로가 바로 수가 흘러가는 통로가 된다. 그런데 현재 부지 내로 들어오는 양기(풍수학은 이것을 得水라 부른다)는 청룡 자락 끝 쪽에 잘목한 부분인 乾亥方과 청룡자락과 서천이 만나는 곳의 壬子方이다.
    그런데 득수의 기운을 12포태에 맞추어 길흉을 판단하면, 임자방은 帝旺水로 부지 내에 생기를 왕성하게 만들어주어 재물이 모이고, 벼슬도 높아지고, 이름도 날리고, 풍성한 곡식과 돈이 쌓여 중국의 전설적인 부자인 石崇처럼 된다고 하였다. 또 乾亥 臨官水는 녹마(祿馬)가 되니 젊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고, 어진 재상이 된다는 좋은 水이다.  따라서 도로를 낸다면 자손은 총명하고, 풍류를 좋아하고, 7세에 시를 지을 정도로 똑똑하여 문장으로 세상에 이름이 난다는 冠帶水를 얻어야 한다. 관대수는 바로 辛戌方이다.
    수법에 의하면 물은 길한 방위에서 들어와 흉한 방위로 빠져야 좋다고 했다. 제왕수와 임관수 밖에 없는 부지에 관대수로 도로까지 만들어주니, 길하고 또 길하다. 따라서 진입로는 본관에서 보아 신술방에 해당되는 곳에 낸다. 또 연화산에서 동진하다가 북진한 용맥이 두 갈래로 갈라져 들어오는데, 부지 중심맥의 기운이 다치지 않게 함이 중요하니, 진입로는 그림처럼 본관 우측으로 건설해야 좋다.


   4)복지관(휴게실)

     본관의 우측에 복지관을 두되, 좌향은 북방(壬方)을 바라보고, 대문은 동방(乙方)에 설치하고, 지붕은 ‘△’형이다.   본관 우측의 부지는 수국 내에서 양기가 왼쪽에서 오른쪽인 을파로 빠져 양기의 순환이 뛰어나다. 노거수가 위치한 터를 조사한 결과 500년 이상된 거목들이 들어선 터는 대개가 각국의 묘파에 해당된다. 노거수가 될려면 땅의 기운도 좋아야 하지만 특히 태풍이나 강풍에 견딜 수 있을 만큼 장풍이 잘 된 곳이어야한다. 따라서 그곳은 생기가 매우 충만한 곳이다. 또 건물도 그 주변을 흘러 다니는 바람과 물의 순환궤도에 순응하도록 지어야 생태적으로 통풍이 우수하다. 따라서 좌향은 자연의 흐름에 맞게 북향을 놓고, 대문은 을방으로 둔다. 지붕의 모양은 본관과 같이 ‘△’형으로 해야 주변 산과 조화를 이루며 나아가 생기도 복돋아진다.
    또 주산의 정상에는 정자를 짖는 것이 좋겠다. 예로부터 세상의 더러움을 멀리하는 선비․隱士는 맑은 沼에 천인단애의 절벽이 비친 곳이나 밝은 달에 노송이 우거진 계곡이나, 물새가 노니는 강가․호수가 있으면 살림집과 떨어진 자기만의 공간을 두었다. 또한 주변에는 선비의 고졸함을 대변하는 노송을 심어 꿋꿋함을 지키고, 연못에는 연을 키워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려 하였다. 따라서 정자는 시인묵객이 학문을 닦거나 강학을 하고 또 벗들과 세상의 번잡함을 잊고자 음풍농월하기 좋도록 비교적 높은 절벽 위나 전망좋은 곳에 지었다.
    그리고 정자로 오르는 길 옆에는 흙을 두텁게 복돋아 입수를 마련한다. 입수는 혈로 전달되는 생기를 복돋을 뿐만 아니라 전통 정원에서 후원의 형식을 도입한 개념이다. 그래야만 전원→혈(핵심 조경물)→후원이란 삼합적 배치 구도가 가능하고, 이런 계단식 경원(景園) 또한 한국만의 특징적 조경 양식이 될 수 있다.



Ⅲ. 생태적 조경

  1)수목

  본관 앞쪽에 건강한 소나무를 심으면, 천 년의 장수를 기약하겠으며, 바위와 흰 꽃 그리고 상록수를 심으면 좋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는 대개가 수국 내에서 파가 을진방(乙辰方)에 해당되는 곳에 잘 자라고, 그런 곳이라면 자연이 좌선수든 우선수든 상관이 없다. 그리고 소나무는 60%가 묘파에 위치하며, 소나무가 입지한 땅의 기운은 첫째로 수맥이 흐르지 않으면서 견밀하고도 고운 흙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소나무의 입지 조건을 분석하면 땅 속의 기운은 장생룡(25%), 관대룡(35%), 제왕룡(30%)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우선수라면 장생룡, 좌선수라면 제왕룡에만 소나무가 자란다.
    합천 묘산면에 있는 소나무(289호)와 문경 농암면의 반송(제 292호)은 자연의 흐름이 좌선수이고 양기는 을파로 빠지며 이때 소나무가 입지한 터가 곤신 제왕룡이다. 상기의 예에서 확인하듯이 이 본관 앞의 부지 역시 자연이 좌선수에 을파이고 용맥이 곤신 제왕룡이니 상기의 소나무가 위치한 터와 같은 조건으로 건강한 소나무를 심으면 훗날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 초목도 국의 개성에 맞추어 심어야 하는데, 이곳은 수국과 금국에 해당되는 곳이다. 따라서 수국 내라면 검은 색에 해당되니, 바위나 괴석으로 조경물을 설치하고 초목은 수국과 상생의 관계인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나 하얀 꽃이 피는 목련, 철쭉 등이 잘 어울릴 것이다. 그리고 금국 내에서는 ‘土生金, 金生水’이니 노란 꽃과 흰꼿이 피는 초목을 배합하고, 바위나 괴석으로 치장하면 생태적 조경이 완성된다.

   2)연못

     본관 오른쪽 계곡에 연못을 두되, 모양은 둥근 물결 모양이 좋고, 안쪽에는 둥근 섬을 둔다.  연못은 보통 습지에 조성되는데, 물의 순리를 이용해 썩지 않도록 순환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곳 부지는 물이 솟는 곳이 없으므로 자연적인 연못을 조성하긴 어렵다. 따라서 본관을 바라보아 오른쪽 계곡에 연못을 두면 계곡 물에 의해 어느 정도 물이 순환될 것이다. 물론 그 곁으로 진입로가 있으니 부지 내로 들어오면서 연못과 어울린 초목의 싱그런 느낌을 기분좋게 받을 것이다.
    그런데 전통 정원의 연못은 이상하게도 네모진 방형의 형태가 많고, 안 쪽에 둥근 섬을 조성한 것이 흔하다. 이를 두고 일부 사람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天圓地方)’라는 음양오행사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다. 땅과 하늘의 관계가 아니라 연못과 도랑물을 산으로 보는 풍수사상이 적용되었다.
    풍수는 평야에서 산이 없으면 물로 산봉우리를 논하니, 연못은 곧 같은 형태의 산봉우리가 되고, 작은 개울은 뾰족한 산이다. 뾰족한 산은 문필봉(文筆峯)이라 하며 문인이 나고 장원으로 급제하여 정승에 오르는 吉山이다. 그런데 정원 내에 뾰족한 산이 있기 어려우니 계곡 물을 연못으로 끌어들이는 수법으로 문필봉을 자연스럽게 얻고자 한 것이다. 경회루의 연못이 방지(方池)인 것은 뒷산인 북한산이 火山인 관계로 서로 상생의 관계를 이루도록 연못을 土山으로 만들어 순응시킨 것이다. 즉 火生土이고, 한국 대부분의 鎭山이 화산인 관계로 그에 따라 방지가 많다.
    둥근 섬은 金山이니 주산과 연못과 섬을 모두 산으로 보아 화→토→금의 순환 원리를 전통 조영에 적용시켰고, 네모 섬이라면 그 역시 토산이니 큰 토산 속에 작은 토산이 안긴 셈이다. 만약 일본 정원처럼 곡선형의 연못인 水山을 설치한다면 주산인 화산과 상극의 관계에 놓여 매우 흉하다. 따라서 일본이나 중국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직선형 방지가 유독 한국 정원에만 많은 이유는 풍수가 전통 정원의 조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대변하며 그것이 한국 특유의 우수한 조형성의 표출이다.
    따라서 이곳은 수국이니 둥굴되 물결 모양의 넓은 연못을 조성하고 그 안에는 금성인 둥근 섬을 마련하면 金生水이니 생명의 기운이 복돋아진다. 또한 건물의 외장 벽도 국의 색깔을 좇아 상생의 색깔이어야 좋다. 화국에선 빨간 색이나 노란 색이 어울리고, 수국에서는 청색이나 백색이 어울린다. 따라서 이곳 건물의 외관 벽은 흰색을 위주로 하고, 지붕은 군청색을 주로 한다면 주변 환경과 상생을 이룬 조경 설계가 될 것이다.                                 ---끝--